전해지는 추사의 해서가 드물지만, 그 가운데서도 규범이 될 만한 대표작으로 꼽히는 <묵소거사자찬(黙笑居士自讚)>이 있다. 추사의 50대 초반 작으로 추정되고 있다.
황산(黃山) 김유근이 자신의 호인 ‘묵소거사(黙笑居士)’에 대한 글을 짓고 김정희가 해서(楷書)로 쓴 것이다.
“중국의 구양순체를 골격으로 하고 안진경의 필법을 가미하여 강함과 여유로움을 겸비했다. 가늘고 긴 모양새의 글씨체로 필획의 변화가 크고 필치는 다소 날카롭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러움 속에 힘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當黙而黙近乎時(당묵이묵근호시)
當笑而笑近乎中(당소이소 근호중)
침묵해야할 때 침묵하는 것이 시의(時宜)에 가깝고, 웃어야 할 때 웃는 것이 중도(中道)에 가깝다.
周旋可否之間(주선가부지간)
屈伸消長之際(굴신소장지제)
옳고 거름을 판단할 때가 온다거나, 세상에서 벼슬하거나 아니면 은거를 결심할 시기가 온다.
動而不悖於天理(동이불패어천리)
靜而不拂乎人情(정이부불호인정)
이러한 경우 행동할 때는 천리를 위반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인정을 거스르지 않는다.
黙笑之義大矣哉(묵소지의대의재)
침묵할 때 침묵을 지키고, 웃을 때 웃는다는 의미는 대단하다.
不言而喩何傷乎黙(불언이유하상호묵)
得中而發何患乎笑(득중이발하환호소)
말을 하지 않더라도 나의 뜻을 알릴 수 있으니 침묵한들 무슨 상관이 있으랴! 중용의 도를 터득하여 감정을 발산하는데 웃는다 한들 무슨 걱정이 되랴!
勉之哉(면지재)
吾惟自況(오유자황)
而知其免夫矣(이지기면부의)
힘쓸지어다. 나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다면 화는 면할 수 있음을 알겠다.
느티나무에 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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