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뿌리풀 / 도종환
햇볕에 쩍쩍 바닥이 갈라지는 모래밭에선
물 한 방울에 목숨을 거는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큰 물에 모든 것이 뒤집히고 떠내려갈 때면
외줄기 생명으로 버티며 살았습니다
독하게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몸에 가시가 돋았지만
이렇게 살아온 내 목숨의 표시일 뿐입니다
그러나 한번도 내가 먼저 남을 찔러본 적은 없었습니다
뜻없이 남을 해쳐본 적도 없었습니다
평생 화려한 꽃 한번 피워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평온한 날이 오면
풀줄기 몇잎 키워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저도 하느님이 생명을 주신 풀입니다
달뿌리 이렇게 이름 석자도 지어준 풀입니다
함양으로 출근하는 길에 들른 오부면 골짝에서 '달뿌리풀'을 만났다.
흔하게 보아온 풀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곳에
갈대와 억새가 한무리 지어 자라는데 있는 달뿌리풀
달의 뿌리라는 뜻인가 싶었는데, 뿌리를 달고 다니는 식물이라
붙인 이름이란다.
가을에 이삭이 펴지는 모습이 갈대와 흡사해서 잘 구별이 안 되는
벼과 식물이다.
달뿌리풀과 갈대는 냇가에서 자라고 억새는 산에서 자라는데 차이가 있고
갈대의 이삭이 갈색이면서 며칠 감지 않은 사람의 머리처럼 뭉쳐 있는 반면,
억새의 이삭은 백색에 가까우면서 한올 한올 분리되어 있답니다.
이사진은 억새 입니다
비슷한 조건에서 서식하므로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운 갈대와 달뿌리풀,
갈대는 줄여서 '갈', 달뿌리풀은 '달'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사진은 갈대입니다
갈대는 줄기가 곧게 서서 자라고
달뿌리풀은 옆으로 기면서 자라는 게 대부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