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꽃
드문드문 피어있는 복수초 옆에
추운 겨울을 고이 지내고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는 수줍은 변산아씨
가는 겨울이 아쉬운 한가닥 매서운 바람이
고목나무및 돌무더길 감싸 오르고
낙엽 사이사이로 거울 같은 물이
푸른 하늘에 잠겨 유유히 흐르고
그 아래에 고운자태로 아름다움을 보인다.
너를 만나기 위하여
먼길 달려온
아직 야생화에 대하여 문외한인 나를 박대하지 않고
텃세도 없이
한쪽 자리를 내어 주면서 반갑게 웃는다.
가녀린 몸으로 엄동설한을 견디고
살며시 내미는 고개
그 속에는 화려한 꿈이 있다.
내가 가장 먼저 이세상에 봄을 알리리라.
굴참나무 낙엽에 기대어
바위를 벗하고 이끼와 같이
한가로운 숲속에서 창공을 바라보고
올 한해를 설계합니다.
나 홀로 피어 행복을 전하는 변산아씨
말 없이 왔다가
후회 없이 가는 너의 자태를
나는 훔쳐 본다.
겨울을 지내고 올라온 너는
우리네 여인의 흰저고리
하얀 모습은 보는
청초함의 푸르름이 있고
무리로 피어있는 모습은 우리네 오두막 같다.
낙엽, 돌, 나무, 바람
너무나 한적한 산기슭
거기서 너는 봄을 알리고 있었다.
눈비로 피어났던 복수초가 있고
그 뒤를 이어 변산아씨가
소박한 새악씨 같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피어나서 듣는 것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만나는 것은
간간히 찾아오는 야생화를 사랑하는 내님
너를 만나고 기쁜 마음에 업드러 절하고
누워서 이야기하고
가만히 기대어 속삭인다.
부디 내년에도 피어서
야생화를 사랑하는 님들에게
설레임과 기다림 즐거운 해후
기쁨을 달라고 이야기 하였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남루한 나를 반갑게 맞이하여
옆자리를 내어준 너에게 고마음을 전한다.
이꽃을 만나게 하여주신
야생화 선배이신 청계 선생님
고맙습니다.
2013.02.19일 울산에서 보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