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각과 서예

문자향서권기

성창기 - 한새미 2023. 8. 30. 11:49

 

 

 

황백나무에 새겼습니다.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

 

추사 김정희가 유배 중에 아들 상우에게 보낸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

모름지기 가슴속에 먼저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를 갖추는 것이 예법의 근본이다’

문자향이란 말 그대로 글자에서 나오는 향기를 말하고

서권기란 책에서 나오는 기운을 이른다.

문자향과 서권기는 분명 향기와 기운을 이르지만 냄새로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혹자는 모름지기 만 권의 독서량이 있어야 문자향이 피어나고 서권기가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많이 읽는다고 반드시 문자향과 서권기가 배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서 문자향과 서권기가 배어나려면 먼저 그 사람됨이 바탕에서 우러나야 한다.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몸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난다는 뜻이다. 참 좋은 말이다.

아무렴, 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런 경지에 오르는 것을 마다할 이 있을까.

옛 선비들은 풍부한 학식과 고매한 인격이 뒷받침되면 서권기 문자향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추사 김정희가 "가슴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 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말한 것은 이 생각을 정확히 반영한다.

선비들은 시(詩), 서(書), 화(畵)를 중하게 여겼지만 지켜야할 원칙이 있었다.

손끝의 잔재주 대신 정신의 품격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림을 감상할 때도 그림의 겉모습보다는 그 속에 깃든 화가의 정신이 중요했다.

그림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마음을 갈고 닦는 수련이었다.

"가슴 속에 청고고아(淸古高雅)한 뜻이 없으면 글씨가 나오지 아니한다.

문자향(文字香·문자의 향기)과 서권기(書券氣·서책의 기운)가 필요하다." /추사

 

'서각과 서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한가 (2)  (0) 2023.08.30
산처럼 물처럼  (0) 2023.08.30
답설야중거  (0) 2023.08.30
초서로 쓴 성삼문의 절명시  (0) 2023.08.30
처음처럼  (0) 2023.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