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임하여 부르는 노래(臨死賦絶命詩)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西風日欲斜(서풍일욕사)
黃泉無客店(황천무객점)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둥둥 북소리 이내 목숨 재촉하고
서풍에 걸린 해는 뉘엿뉘엿 지려하네.
황천길엔 주막도 없다는데
오늘 밤은 뉘 집에서 쉬어갈고.
성삼문 선조의 절명시를 초서로 쓰고
축소 복사하여
밤나무에 붙이고
계유정난을 일으켜 어린 조카 단종을 상왕으로 쫓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 세조를 암살하고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음모가 탄로나 그 주모자의 한 사람인 매죽헌(梅竹軒) 성삼문이 새남터 형장으로 끌려 나왔다. 모진 고문으로 그의 형상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일그러지고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다. 호송하던 금부도사가 말했다. “대역죄인 성삼문은 마지막으로 고할 말이 있거든 하시오.” 매죽헌 선생은 “내 눈을 가린 이 검은 띠를 풀어 주시오. 내 눈으로 빛나는 햇살과 아름다운 산하를 바라보면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소. 그리고 단가 한 수를 읊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오.” 그리하여 매죽헌이 39세의 나이로 요절하며 읊은 마지막 노래가 이 시다.
망나니의 칼춤을 재촉하는 북소리가 둥둥둥 울리며 자꾸만 내 목숨을 앗으려 하는구나. 머리를 들어 남산을 바라보다가 해가 지는 인왕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서풍에 밀려가는 저녁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구나. 저 해가 지듯 이내 목숨도 곧 세상에서 사라지겠지. 삼족을 멸하는 형벌도 감수하며 사대부로서 지키고자 했던 나의 붉은 충절이 있기에 후회 없이 이 세상 떠나가련다. 그런데 듣자 하니 머나먼 그 황천길에는 쉬어갈 주막도 없다는데, 오늘 밤 뉘 집에서 고단한 몸을 쉬어갈거나.
성삼문(成三問:1418~1456년)의 자는 근보(謹甫), 호는 매죽헌(梅竹軒)이다. 조선 전기의 문인으로 사육신의 한 사람이다. 1435년에 생원시, 1438년에 식년문과에 급제했으며, 1447년에 문과중시에 장원으로 합격하였다. 집현전학사로 뽑혀 세종의 총애를 받았고 홍문관수찬, 직집현전을 역임했다. 1442년 사가독서를 했고, 훈민정음 창제에도 참여했다. 세조가 단종에게 선위를 강요할 때, 국새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였고, 복위사건으로 국문을 당할 때에도 세조를 ‘나리(종친에 대한 호칭)’라 호칭하며 당당히 맞서다 능지처사를 당하였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절신(節臣)이다. 1691년 신원(伸冤)되고, 1758년 이조판서에 추증되었다. 문명이 높아 문한(文翰)을 도맡아 처리하였는데 문집으로 『매죽헌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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