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海菊 , Aster spathulifolius)
수요일 (11월 7일) 해국을 보기 위하여 부산으로 달려가서
아는 분의 소개로 찾은 기장 해안가
갈매기 무리 지어 날아 다니고
한가로이 고기잡이 낙시꾼을 옆에 두고
하이얀 파도에 실려온 해풍이 강하게 불어쳐도
쪽빛 바닷가에서
그렇게 보고 싶었던 해국이 해맑게 미소 짓는다.
바닷가 둔덕에서 갯쑥부쟁이와 같이 친구 하면서
그 사이로 함초롬히 핀 해국
그 먼길을 달려온 가을 길손의 마음을 달래준다.
저 멀리 고기잡이 나간 님을 기다리는 여인의
슬픈 아픔을 간직한 듯
무리지어 피어있는 너는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척박한 바위틈속에서 살며시 고개 내밀고
깍아지른 절벽의 틈새에서도
그윽한 향기로 피어난 너는
푸른 파도가 유혹하여도 그자리에 말없이 서서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 보고 있었다.
너의 무리 속에서 셀카놀이도 하고
땅바닥에 딩굴며 업드려 바라본 너의 모습
가시 있는 장미의 향기도 아니고
요염한 여인의 자태도
너 앞에는 그저 숙연해 질 것 같다.
모진 해풍의 시련을 견디고
휘몰아 치는 파도를 가슴으로 안고
털 있는 외투를 입고 겨울을 채비하고 있었다.
해국은 왜 여름을 마다하고 늦은 가을에 활짝 피어
고깃배 타고 떠난 서방님을 기다린다는 여인처럼
저 먼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꽃말이 '기다림"이었던가.
영원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
명예를 추구하는 내면의 탐욕도
해국의 하이얀 모습에
그저 숙연해 진다.
기장 바닷가에서 본 너의 모습은
세상풍파를 견디다 이젠 조금 지친것 같다.
내년에는 조금 일찍 너를 만나러 온다고
다짐한다
푸른 바다를 뒤로 하고 아쉬운 발길을 진주로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