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이야기

동박새와 매화

성창기 - 한새미 2013. 3. 18. 16:23

 

 

 

 

 

 

 

산매화를 이별하며

 

               채제공(蔡濟恭)

 

산매화 송이 송이 곱기도 고운지고!

촌구석은 누추하여 이렇달 것 없지마는

다만 저 산매화 있어 하 그리도 예쁘구나.

 

꽃 옆에 시 읊으며, 꽃 아래 잔을 들면

이 세상 영욕이야 쓸어 낸 듯 사라지네.

 

여사(旅舍)의 달력풀 다섯 잎이 되자마자(初五日)

구만리 장천에 사서(赦書) 이미 내려 있네!

 

꽃 아직 안 지는데 나 먼저 돌아가니

내 말도 석양 앞에 발길이 더디구나!

 

매화야! 매화야!

요즈막은 큰 솥에 양념 노릇해 보지 못했는데

너의 열매 져 버리니 늘그막을 어이할꼬?

 

*달력풀--옛날 요(堯)임금 때 조정의 뜰에서 났다는 서초(瑞草) 하루에서 보름까지는 하루네 한 잎씩

나서 자라다 16일부터는 한 잎씩 떨어졌다 한다. 명협(蓂莢)

*사서--죄를 사면한다는 글

*큰 솥에 양념 노릇...--조정의 정사에 참여하여 조화로운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속뜻을 담고 있다.

 

 

 

 

 

 

 

도산 달밤의 매화 

 

               이황(李滉)

 

(1)

산창에 기대서니 밤기운이 차가워라.

매화 핀 가지 끝에 달 올라 둥그렇다.

봄바람 청해 뭣하리? 가득할손 청향일다.

 

(2)

산중 밤이 고요하고 사방이 비었는데,

흰 매화 서늘한 달, 선옹이 짝했구나.

앞 여울 높낮은 가락은 굽이굽이 음악일다.

 

(3)

뜰을 거닐자니 달도 나를 따라 따라

매화를 둘러 둘러 몇 바퀴나 돌았던고?

향기는 흐뭇 옷에 배고 온몸엔 그득 그림잘다.

 

(4)

늦게 피는 매화의

참뜻을 내 아노니

추위 타는 나를 위해

일부러 맞춤일다.

어여뿔사! 이 밤 사이

내 병이 낫는다면

밤새도록 달과 함께

나를 보고 있으련만...

 

 

 

 

 

 

매화 언덕의 봄을 찾아 

 

               이식(李植)

 

매화 한두 가지

피어남 따라

봄빛이 잇달아

돌아 오누나.

 

그윽한 향기

새지 말도록

밤 깊기를 기다려

풍겨 오나니...

 

 

 

 

 

 

 

 

 

 詩情을 충동이는 매화 

 

               강세황(姜世晃)

 

아침 내내 사랑해도

도리어 모자라고,

분에 옮겨 달 아래 두면

딴 맛으로 또 귀엽고...

 

여윈 그림자 창에 비끼니

영락없는 그림인데,

그윽한 향기 나를 부추겨

또 한 수를 짓게하네.

 

 

 

 

 

 

달 아래 듣는 향기

 

               성윤해(成允諧)

 

매화야! 작다고

수줍어 마라.

작아도 풍기는 맛

그만이구나.

 

대숲 밖에서 언뜻

봤을 뿐인데,

이따금 보내 주는

달 아래 향기!

 

 

 

 

 

설중매

 

               오건(吳健)

 

눈 자욱 내리는데

매화 두어 점

어금버금 똑같이

내리고 피네.

 

이 둘의 맑고 참됨

나의 벗이니,

하필 달 있어야

술잔을 들랴?

 

 

 

 

 

 

 

매죽헌

 

               서거정(徐居正)

 

대나무는 聖의 맑음, 매화는 仙의 뼈대

소쇄함이 난형난제라, 천지간의 한 `청백,일다.

 

곧고 허심한 그 마음이요, 그윽한 향기의 그 덕이라.

높은 선비의 아치 있어, 내 무척이나 사랑하노라.

 

어찌 봄바람 자태 없으리오? 그 아리따움 내 눈을 즐겁게 하나니,

담백한 성품은 내 즐기는 바요, 부귀는 내 바라는 바 아니로다.

눈서리 같은 해맑은 얼굴, 안개비 같은 그 자질 씻고 또 헹궈,

방 한구석에 마주 대하면, 가뿐히 둘다 속되지 않도다.

 

보고 있노라면 한 줄기 기운 흘러, 氣宇 한없이 커지나니

드높은 집의 이러한 맛을, 아는 인 다만 이 마음일다

 

 

 

 

 

 

 

뜰에 선 매화 

 

               권근(權近)

 

뜰에 선 한 그루 매화

눈 무릅쓰고 산뜻 피었네.

 

섣달에 봄 뜻이 설레더니

달 아래 그 향기 풍겨 오누나.

 

싸늘한 자태는 언제나 곱고

곧은 마음은 꺾인 적 없네.

 

날마다 너를 둘러 배회 하나니

임처사의 너 사랑도 알 만하여라!

 

 

 

 

 

  

제주 한라 수목원에서 동박새와 매화를 찍다. 

 

2013.03.17일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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