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매화를 이별하며 |
채제공(蔡濟恭)
산매화 송이 송이 곱기도 고운지고! 촌구석은 누추하여 이렇달 것 없지마는 다만 저 산매화 있어 하 그리도 예쁘구나.
꽃 옆에 시 읊으며, 꽃 아래 잔을 들면 이 세상 영욕이야 쓸어 낸 듯 사라지네.
여사(旅舍)의 달력풀 다섯 잎이 되자마자(初五日) 구만리 장천에 사서(赦書) 이미 내려 있네!
꽃 아직 안 지는데 나 먼저 돌아가니 내 말도 석양 앞에 발길이 더디구나!
매화야! 매화야! 요즈막은 큰 솥에 양념 노릇해 보지 못했는데 너의 열매 져 버리니 늘그막을 어이할꼬?
*달력풀--옛날 요(堯)임금 때 조정의 뜰에서 났다는 서초(瑞草) 하루에서 보름까지는 하루네 한 잎씩 나서 자라다 16일부터는 한 잎씩 떨어졌다 한다. 명협(蓂莢) *사서--죄를 사면한다는 글 *큰 솥에 양념 노릇...--조정의 정사에 참여하여 조화로운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속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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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달밤의 매화 |
이황(李滉)
(1) 산창에 기대서니 밤기운이 차가워라. 매화 핀 가지 끝에 달 올라 둥그렇다. 봄바람 청해 뭣하리? 가득할손 청향일다.
(2) 산중 밤이 고요하고 사방이 비었는데, 흰 매화 서늘한 달, 선옹이 짝했구나. 앞 여울 높낮은 가락은 굽이굽이 음악일다.
(3) 뜰을 거닐자니 달도 나를 따라 따라 매화를 둘러 둘러 몇 바퀴나 돌았던고? 향기는 흐뭇 옷에 배고 온몸엔 그득 그림잘다.
(4) 늦게 피는 매화의 참뜻을 내 아노니 추위 타는 나를 위해 일부러 맞춤일다. 어여뿔사! 이 밤 사이 내 병이 낫는다면 밤새도록 달과 함께 나를 보고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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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언덕의 봄을 찾아 |
이식(李植)
매화 한두 가지 피어남 따라 봄빛이 잇달아 돌아 오누나.
그윽한 향기 새지 말도록 밤 깊기를 기다려 풍겨 오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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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情을 충동이는 매화 |
강세황(姜世晃)
아침 내내 사랑해도 도리어 모자라고, 분에 옮겨 달 아래 두면 딴 맛으로 또 귀엽고...
여윈 그림자 창에 비끼니 영락없는 그림인데, 그윽한 향기 나를 부추겨 또 한 수를 짓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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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아래 듣는 향기 |
성윤해(成允諧)
매화야! 작다고 수줍어 마라. 작아도 풍기는 맛 그만이구나.
대숲 밖에서 언뜻 봤을 뿐인데, 이따금 보내 주는 달 아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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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중매 |
오건(吳健)
눈 자욱 내리는데 매화 두어 점 어금버금 똑같이 내리고 피네.
이 둘의 맑고 참됨 나의 벗이니, 하필 달 있어야 술잔을 들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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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죽헌 |
서거정(徐居正)
대나무는 聖의 맑음, 매화는 仙의 뼈대 소쇄함이 난형난제라, 천지간의 한 `청백,일다.
곧고 허심한 그 마음이요, 그윽한 향기의 그 덕이라. 높은 선비의 아치 있어, 내 무척이나 사랑하노라.
어찌 봄바람 자태 없으리오? 그 아리따움 내 눈을 즐겁게 하나니, 담백한 성품은 내 즐기는 바요, 부귀는 내 바라는 바 아니로다. 눈서리 같은 해맑은 얼굴, 안개비 같은 그 자질 씻고 또 헹궈, 방 한구석에 마주 대하면, 가뿐히 둘다 속되지 않도다.
보고 있노라면 한 줄기 기운 흘러, 氣宇 한없이 커지나니 드높은 집의 이러한 맛을, 아는 인 다만 이 마음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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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 선 매화 |
권근(權近)
뜰에 선 한 그루 매화 눈 무릅쓰고 산뜻 피었네.
섣달에 봄 뜻이 설레더니 달 아래 그 향기 풍겨 오누나.
싸늘한 자태는 언제나 곱고 곧은 마음은 꺾인 적 없네.
날마다 너를 둘러 배회 하나니 임처사의 너 사랑도 알 만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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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 수목원에서 동박새와 매화를 찍다.
2013.03.17일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