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테니스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코치와 주변의 먼저 시작한 고수(?)로부터 어김없이 듣는 말은 어깨에 힘을 빼라는 소리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부드러운 스윙이 안 되고 공에 힘이 없다. 그렇게 어깨에 힘을 주니 땅에 처박는다. 그렇게 치니 아웃이다. 어깨에 힘을 빼라.” 코치와 고수는 말 많은 시어미처럼 귀가 따갑도록 시간만 나면 어깨에 힘 빼라고 잔소리를 하였다. 아 아 언제쯤 이 소리를 듣지 않을까?
골프 할 때도 질리게 듣던 말이다. 처음 채를 들고 무조건 멀리 보낼 욕심으로 너 죽고 나 죽자며 골프채를 휘둘러봐야 뒤땅 아니면 토핑만 치고 몸에 힘만 빠질 뿐이다. 그렇게 힘들여 친 공은 악성 빈혈 걸린 새와 같이 맥없이 이리저리 날아가다 총 맞은 새처럼 툭하고 떨어졌다. 그때마다 코치는 앵무새처럼 또 반복한다. “어깨 힘 빼는데 만 3년 걸립니다. 힘 빼세요. 힘을, 힘 빼는데 3년, 힘 넣은데 3년”
수영장에서도 코치로부터 무수히 들었다. ‘어깨에 힘을 빼라고, 물에 뜨고 싶으면 어깨에 힘을 빼라고 ’ 운동을 처음 시작하면 코치로부터 항상 듣는 말이 힘을 빼라는 소리다.
그리고 보니 운동할 때만 ‘어깨 힘’ 타령을 들었던 것도 아니다. 처음 서예학원에서 코흘리개 꼬마들과 같이 붓글씨를 배울 때도 원장 선생님과 글쟁이 선배들에게도 그 말을 들어야 했다. “어깨에 힘 좀 빼라. 힘이 들어가니 글이 부담스럽고 어색하다.”
나는 힘 있고 멋있는 글을 쓰고 싶었었는데 너무 멋있게 쓰려고 아무리 용을 써봐야 쌓이는 것은 파지와 실망뿐 이였다. 정말 일필지하에 힘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욕심이 앞서는 것일까. 의욕의 과잉은 상실감만 낳을 뿐, 어깨에 힘을 뺐을 때 유연함이 생기고 유연해야 유용한 힘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다는 것을 배워나갔다.
그러나 어깨에 힘을 빼라고 하는 말을 머리로만 이해했다. 그 놈의 테니스 라켓과 골프채만 손에 쥐면 어깨가 굳어지고 자세가 영 아니다.
그러다 문득 어제 대구에서 40-50대 가장 3명이 자살을 하였다는 뉴스를 들었다.
‘늘 힘을 빼라고만 하는데 , 살아가면서 어깨 힘은 언제 줘야 하는 것인지?’
3명의 가장들은 “자식에게 미안하다”, “가족한테 볼 면목이 없다”, “너무나 외로웠다”, 무엇이 가장들로 하여금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게 하였을까.
중년 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한다. “어깨에 힘줘야 할 때? 혼자 있을 때!” 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 거실에 홀로 앉아 어깨에도 힘을 빼고 고개 숙이고 TV를 보는 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중년의 가장들은 두 개의 다른 모습을 갖는다.
사회에서 그들은 힘 있는 투수답게 자신 있게 마운드를 항하여 공을 던진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아버지로서 살아간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 그들은 부상당한 투수처럼 어깨를 잔뜩 움츠린다.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자신의 어깨에 지고 홀로 밤을 지새운다.
버스 안에서, 식당에서, 목욕탕에서, 공공장소에서 가장 큰 목소리는 어린아이들 아니면 중년이다. 대우받는 인생의 꼭짓점에서 매사에 거침없었던 그들은, 자기의 방에서 혼자가 되면 순간순간 좌절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자신이 받아든 삶의 성적표가 너무 초라한 것은 아닌지를 끊임없이 회의한다. 남들이 다 성공한 것 같고 자신만 실패한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들어 조급해하고 우울해한다. 자기만 초라하고 외롭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것처럼.........
“어깨에 힘은 혼자 있을 때 주라” 는 전문가의 짧은 조언은, 사회생활 속에서는 겸손하고 정녕 혼자 있을 때 자존심을 강화하라는 뜻으로 생각된다.
거울 앞에 홀로 서서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 정도면 잘 치는 테니스라고 , 매일 매일 테니스 치는 것으로도 성공한 것이라고 ” 스스로를 다독이는 중년가장은 마음과 몸이 다 건강해 보인다.
“내 힘으로 일가(一家) 일구고,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하루하루 테니스 할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부하는 중년가장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매일 매일 테니스 할 수 있음에 이것으로도 어깨에 힘줄 자격 충분하지 않을까?
이제 어깨에 힘 좀 주고 살아 보자
인생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러니 어깨에 힘을 빼지 말고 우리 모두 어깨에 힘을 주고 살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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